정신건강

살려주세요

디데

2026.05.14.

141
0
0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남자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게임 관련된 것만 너무 좋아해 수능 치기 전날까지도 공부를 제대로 안 했고, 그렇게 수능 성적이 망해버린 이후로 가족 간 사이가 상당히 험악해졌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반 년이 지났는데, 대학교도 가지 못하고 노닥거리면서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알바도 좀 해 보긴 했는데, 이 미친 사람이 힘겹게 알바를 해서 번 돈마저도, 주변에서 준 용돈마저도 모조리 게임에다 충동적으로 써 버려서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바닥을 뚫고 내려가다 못해 지구 반대편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께서 생활비, 식비, 폰 요금제 비용까지 전부 내라고 하시는데, 당장 돈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서 앞으로가 너무나도 막막합니다.

제가 이렇게나 문제가 많다는 걸 제 자신도 알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런 후회도 그때뿐이고, 항상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린다는 점입니다.
어떤 결심을 해도 그 결심이 순식간에 파토나고,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저마저도 제가 하는 말을 못 믿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착한 아들, 동생에게 모범이 되는 착한 형이 되고 싶지만, 그 결심도 잠시고 금세 칠칠치 못한 못난 사람이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저라는 사람이 처음부터 없었으면 우리 집이 더욱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내일이 되어서는 또 그런 고뇌를 잊은 채 또 하루를 의미없이 살고, 우리 가족의 고혈을 계속 빨아대고 있겠죠..
제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제가 싫습니다.
엄청나게, 너무나도, 싫습니다.
죽어버릴 정도로 싫습니다.
살려주세요.

목록보기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디데님, 고민을 이곳에 털어놔주셔서 감사합니다.

디데님은 지금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사람”, “망가진 사람”처럼 몰아붙이고 있지만,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사실은 오랫동안 죄책감과 자기혐오 속에서 계속 버티고 있는 상태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특히 “결심해도 다시 무너진다”, “나조차 나를 못 믿겠다”는 감각은 단순 게으름이라기보다, 반복된 실패 경험과 무기력감이 쌓이면서 자기 효능감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람은 계속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면, 점점 행동할 힘 자체를 잃어버리거든요.

그리고 게임 문제도 단순히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 현실의 불안과 압박, 공허함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처럼 굳어졌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물론 지금 상태가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디데님이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서 이렇게 된 건 아니라는 말은 꼭 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디데님이 자기 자신을 사람으로 보기보다 “가족 인생 망치는 존재”처럼 여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말 망가진 사람은 이렇게까지 괴로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디데님은 너무 오래 스스로를 미워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인생 전체를 한 번에 고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미래, 효도, 인생 역전> 이걸 한 번에 해결하려 하면 마음은 더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말 작은 단위입니다.

- 생활 리듬 조금 되찾기
- 게임 시간 줄일 장치 만들기
- 단기 알바라도 다시 연결해보기
- 혼자 버티지 말고 정신건강 상담 받아보기

특히 “죽고 싶다”,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반복될 정도라면, 혼자만의 의지로 버티기보다 꼭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디데님 상태는 “혼자 정신 차리면 해결되는 수준”으로만 보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청년 상담센터와 같은 곳에서 도움 받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밤에 혼자 감정이 너무 위험해질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나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같은 곳에 바로 연락해도 괜찮습니다.

디데님은 지금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너무 지치고 방향을 잃은 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살려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는 건, 아직 완전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남은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디 혼자서만 버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